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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의 돔: 세 종교가 겹쳐 선 황금의 중심

by spartan-kimkudo 2026. 2. 23.

바위의 돔: 세 종교가 겹쳐 선 황금의 중심

예루살렘 구시가지 하늘 위로 황금빛 돔이 떠오른다. 바로 바위의 돔이다. 멀리서 보면 화려한 이슬람 건축처럼 보이지만, 이 건물은 단순한 모스크도, 단순한 기념물도 아니다. 이곳은 유대교·기독교·이슬람 세 종교의 기억과 갈등이 겹겹이 쌓인 공간이다.

황금 돔 아래에는 하나의 바위가 있다. 그리고 그 바위를 둘러싼 이야기는 3천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1. 성전산, 모든 것이 시작된 자리

바위의 돔이 서 있는 곳은 성전산이다. 이 장소는 종교사에서 가장 민감한 공간 중 하나다.

유대 전통에 따르면 이곳은 솔로몬 성전이 세워졌던 자리이며, 가장 거룩한 ‘지성소’가 위치했던 장소로 여겨진다. 또한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장소라는 전승도 있다.

기독교 전통에서는 예수 역시 이 성전에서 활동했으며, 성전 파괴를 예언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7세기, 이슬람 세력이 예루살렘을 정복한 뒤 이 자리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이슬람 전승에 따르면 예언자 무함마드가 ‘야간 여행’ 후 이 바위에서 하늘로 승천했다고 한다. 이 전승을 기념하기 위해 691년 우마이야 왕조의 칼리프 압드 알말리크가 바위의 돔을 건설했다.

즉, 이 건물은 단순한 종교 시설이 아니라, “이 장소는 우리의 신성한 중심이다”라는 선언이었다.

2. 황금 돔 아래의 바위와 전설

돔 내부 중앙에는 ‘기초석(Foundation Stone)’이라 불리는 거대한 바위가 있다. 이 바위는 건물의 중심이자, 모든 전승의 핵심이다.

유대 전통에서는 이 바위를 세상의 시작점, 창조의 중심으로 보기도 한다. 일부 전승은 이곳이 지성소의 위치였다고 말한다.

이슬람 전승에서는 무함마드가 천상으로 승천할 때 발을 디딘 자리라고 여겨진다. 전설에 따르면 바위가 그를 따라 하늘로 떠오르려 했고, 천사가 붙잡았다고 한다.

또한 바위 아래에는 ‘영혼의 우물(Well of Souls)’이라 불리는 작은 동굴 공간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공간에 대한 해석은 종교적 전통과 민간 설화가 뒤섞여 있으며, 명확한 고고학적 결론은 없다. 그러나 바로 이런 점이 이곳을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3. 십자군과 점령의 역사

1099년, 십자군이 예루살렘을 점령했을 때 바위의 돔은 이슬람 건물이 아닌 기독교 성당으로 사용되었다. 일부 기록에 따르면 십자군은 이 건물을 ‘솔로몬의 신전’과 연결 지으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다시 이슬람 세력이 예루살렘을 탈환하면서 바위의 돔은 원래의 종교적 기능으로 돌아간다. 이 건물은 파괴되기보다는 점령자에 의해 ‘재해석’되어 왔다.

이는 매우 독특한 역사다. 많은 종교 건축물이 파괴되었지만, 바위의 돔은 각 시대 권력에 의해 흡수되고 상징화되었다.

4. 건축 구조 분석: 팔각형 우주 구조

바위의 돔은 모스크와 달리 팔각형 구조를 가진다. 이는 초기 이슬람 건축에서 매우 상징적인 형태다.

  • 중심에는 원형 공간
  • 그 주위를 둘러싼 팔각형 회랑
  • 그 위를 덮는 거대한 돔

이 구조는 원과 팔각형의 결합이다. 원은 하늘과 완전함을, 팔각형은 땅과 하늘을 연결하는 전환 구조를 의미한다. 건물 내부는 화려한 모자이크와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인간 형상이 없는 순수한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돔은 목재 구조 위에 금박으로 마감되어 있으며, 햇빛을 받으면 예루살렘 전역에서 빛난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상징적 메시지다. “이곳이 중심이다”라는 시각적 선언이다.

건축적으로도 이 건물은 비잔틴 양식과 초기 이슬람 양식이 결합된 독특한 사례다. 정복과 문화 교류의 흔적이 구조 안에 녹아 있다.

바위의 돔 내부

마무리: 황금 돔 아래 남겨진 질문

바위의 돔은 단순한 종교 건축이 아니다. 그것은 신앙, 권력, 역사, 갈등이 겹쳐진 공간이다. 황금 돔 아래의 바위는 세 종교의 기억을 동시에 품고 있다.

이곳은 지금도 정치적·종교적으로 매우 민감한 장소다. 그러나 그 모든 긴장 속에서도 건물은 고요히 서 있다.

황금빛 돔은 묻는다.

이곳은 누구의 성지인가?
그리고 신의 중심을 차지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예루살렘 하늘 아래, 그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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